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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민중이다

by →다솜네텃밭 2022.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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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풀로 기록한 ‘민초의 자서전’
이 책은 우리의 농경문화 속에서 민초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풀과 나무를 그 민초의 생활 속 눈높이로 바라본 나무 이야기다. 특히 수림樹林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천연기념물 제93호인 성황림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자가 오랜 세월 함께 생활하면서 관찰해온 풀과 나무에 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여타의 나무식물학 서적이나 나무 에세이류와는 구별이 된다. 특히 농사꾼이자 목수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나무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과 어머니나 주변 어른들, 때로는 본인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풀과 나무의 갖가지 생활상식과 민담 등을 놀라운 기억력과 애정으로 갈무리하여, 그것을 강원도 영서지방 구전 민속의 구성진 내용들과 버무려 ‘민초’의 관점에서 두드러지게 조망하고, 나무의 생태학을 마치 민중의 자서전과도 같이 써내려갔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도시화되지 않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삶이 얼마나 자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는지, 또한 그것이 현 시점에서 얼마나 새롭고 진귀하게 여겨지는 지에 대해서 여실히 깨달을 수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산업체를 경영하는 저자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성황림마을의 자그마한 오두막집을 주말마다 오가면서 텃밭을 일구고, 현지의 식생과 민속, 마을의 민속지를 부지런히 관찰하고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끝에 그 내용의 일부를 이번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은 저자가 그린 그러한 큰 밑그림의 일부이며, 그런 점에서 현재진행형인 이 책이 쓰여진 시간은 지난 수십 년이요 거기 들어간 역사적, 심리적, 문화적 에너지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죽은 나무’도 ‘산 나무’와 똑같이
좀더 자세히 총 55편의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의 여러 측면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다루고 있는 대상의 독특함이다. 저자는 민초의 생활과 가까웠던 풀과 나무를 주 대상으로 삼았다. 불쏘시개부터 시작해 쓰이지 않는 곳이 없었던 소나무, 국수까지 말아먹었던 느릅나무, 장기알을 만들었던 대추나무 등 민족의 나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당연히 포함되었고, 길가의 풀들을 대표하는 질경이, 민들레, 쑥, 들국화, 곤드레 같은 풀들이 대거 지면에 초청되었다. 살아있는 식물도 다루지만 ‘죽은 식물’도 대상에 포함되었다.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인 ‘지게’와 머리에 돌을 이고 찧던 어머니의 ‘디딜방아’가 그것이다.
그 다음은 내용의 독특함이다. 저자의 아버지가 젊을 때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성황림 근처에도 산마다 피난민들이 그득했는데, 이들이 추운 밤을 견디기 위해 집집마다 문짝을 다 떼어다가 불을 땠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자 집마다 문부터 만들어 달아야 했다. 저자의 아버지는 이 문짝을 만들어서 팔아 한 밑천을 잡은 뒤 본격적인 목수의 길에 들어섰다. 목수 아버지의 이야기는 이 책의 중심 멘탈리티와 에피소드를 이루고 있다. 첫 번째 글인 ‘아버지의 퉁소 구릿대’에서는 ‘구릿대퉁소’가 등장한다. 대나무퉁소를 기막히게 잘 불던 아버지는 우연한 일로 이 퉁소가 깨어져버리자 매우 아쉬워했다. 대나무는 추운 영서지역에서는 귀한 나무라 아버지는 대나무와 비슷한 구릿대를 잘라다가 저음의 구릿대퉁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대추나무는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한번은 저자의 아버지가 유년의 그에게 마른 대추나무로 팽이를 만들어주셨다. 얼마나 야물고 옹골지던지 쇠심을 박은 친구들의 팽이보다 훨씬 오래 돌았다. 그래서 저자는 하나를 더 만들 요량으로 마른 대추나무 가지를 잘랐다가 아버지에게 불호령을 듣는다. 그런데 그 이유가 나무를 상하게 했다는 게 아니었다. 마른 대추나무는 너무 단단하여 오히려 연장을 상하게 하니 절대로 연장을 대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출처: 해외거주 한국인의 쇼핑친구 단짝 > 나무가 민중이다 - (danzz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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